▶세상 이야기

이른 아침 높은 도수의(2017. 12.23~2017.12.25)

강남석 2017. 12. 28. 17:37

제 몸의 자정 및 적응능력에 깜짝 놀랬습니다. 여름 기간내내 새벽부터 걷기운동을 전개했는데 너무 과하다 싶어 11월부터 잠시 중단했습니다. 본시 운동을 꿈찍히 싫어하는 제가 산행등 운동에 매달린 것은 혈압조절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런데 저의 혈압상승의 요인인 평소 일상생활에서 필요 이상의 함을 쓰는데 있었습니다. 에를 들어 머리 감을 때나 세수를 할때 등 가볍게 천천히 하면 그만인데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급하게 문지르면서 힘을 꽁꽁 주는 것입니다. 매사에 이런 식이니 혈압이 항상 올라 있을 수 밖에요. (2017.12.25)




조카들을 우리 아이들 사촌으로 제한해서 추리면 저를 외삼촌으로 부르는 아이들이 10명, 이모부로 부르는 아이들이 3명, 고모부로 부르는 아이가 2명으로 딱 15명입니다. 어제 크리스마스이브, 이들 중 이모부로 부르는 조카 두 명과 고모부로 부르는 조카 한 명이 집에 왔습니다. 산타의 선물이 어디 따로 있겠습니다. 조카 세 명이 함께 우리 집에서 자는 이 경사야말로 최고의 선물 아니겠습니까? 자고 있는 아이들 얼굴만 봐도 행복이 물밀듯이 밀려옵니다, (2017.12.25)



금융 거래에나 쓰이던 비밀번호가 저의 생활전반으로 확대되어 가히 비밀번호의 홍수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루 한번 이용하는 집 현관문의 비밀번호, 건물 화장실의 비밀번호, 홍삼판매 관련 비밀 번호가 세 개, 하다못해 양말 한 컬레를 사는 사이트에도 비밀번호를 요구합니다. 대충 헤아려 보아도 스무 개가 넘습니다. 제 기억의 한도는 이미 넘어선지 오래고요. 비밀번호의 앞자리 두 개의 수가 같아서 가끔은 우리 집 현관에서 건물화장실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있습니다. (2017.12.24)




정외과를 나온 제가 영문과를 나온 친구 셋과 70년대 당시 영문과생들 야유회 사진 한 장을 카톡에 올려놓고 여학생 이름 맞추기를 합니다. 사울에서 둘 광주에서 둘 부지런히 손가락으로 이름 하나하나 새깁니다. 광주의 친구가 정외과인 저는 빠지라고 합니다만 기억해내기는 자기들이나 저나 비슷합니다. 그 사이를 비집고 마음은 40년 전으로 돌아갑니다. 빨간 벽돌 강의실, 등나무와 벤치, 아! 먼발치에서 바라보던 한 여학생도 지나갑니다. (2017.12.24)



해마다 연말이면 근처 책방이나 문방구로 가서 나름 아름다운 그림이나 글이 담긴 크리스마스카드와 연하장을 골라서 받으실 한 분 한 분을 생각하며 마음을 담은 한 줄을 추가하여 우체통에 놓은 일까지를 정성스럽게 했는데요.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현란한 움직임과 더불어 음악이 함께하는 카드나 연하장이 배달되어 옵니다. 세련되고 폼 새는 좋아졌으나 마음과 이름을 동시에 생각하던 과거와 달리 아무래도 후자는 이름으로 생각되지 않나싶습니다.
그래도 보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축 성탄(2017.12.24)




이른 아침 높은 도수의 안경을 낀 아가씨와 아짐사이로 보이는 손님이 오셨습니다. 법우라는 표현을 쓰시는 것으로 보아 불자임이 틀림없습니다. 자연스럽게 금강경 이야기를 꺼내며 남회근 선생의 책을 펼쳐보였습니다, 한 개를 주문했던 홍삼을 하나 더 추가하십니다. 이야기가 정퇴회관의 깨달음의 장에까지 이르자 홍삼 하나를 더 추가하십니다. 하나를 생각하고 오셨다가 세 개로 늘었습니다. 가시는 손에 법우들과 나눠드시라고 한 봉다리 들려드렸음은 물론입니다. (2017.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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