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뜻하지 않은 곳에서 뜻하지(2017.11.27~2017.11.30)

강남석 2017. 12. 5. 11:13

새벽녘 눈을 뜨면 반사적으로 제일 먼저 찾는 스마트폰이 머리맡에 없습니다. 분실했나 싶어 부리나케 일어나 벗어둔 옷들의 주머니를 뒤집니다. 없습니다. 안방으로 들어 가 애엄마 주변을 살핍니다. 옆구리 쪽에 그분 꺼와 제 꺼가 나란히 있습니다. 자는 사이 불시 보안검열이 있었던 것입니다. 압수 수색영장도 없이 2년여만의. 본시 바른 생활을 하는 저야 켕길 일이 있겠습니까만 재빠르게 가지고 나와 점검을 해봅니다. ㅋㅋㅋ아침 해장 떡국을 먹고 가라는 그분의 말씀 (2017.11.30)



뜻밖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 일을 돕다가 주번 조회에 늦었는데 그걸 아시면서도 주번선생님께서 뺨을 한 대 때렸습니다. 조금은 분했던 기억이 있어 어느 날 동문 밴드에 댓글로 올린 적이 있었는데 그 선생님께서 보신 것입니다. 제 전화번호를 수소문하셨다면서 45년 전 그 일을 사과하셨습니다. 이거 당황하고 송구스럽기 짝이 없었습니다만 선생님께서는 제 글을 재미있게 읽고 있다면서 격려까지 해주십니다. 광주에 계신다니 곧 찾아뵈어야겠습니다. (2017.11.28)




영등포복집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저의 정제되지 않은 사투리를 듣고 동향임을 눈치 챈 옆자리의 사내 둘이 우리 사이를 파고듭니다. 역시나 목포의 8년 남짓 후배들입니다. 그런데 그중 한 명과의 놀라운 우연이 전개됩니다. 제가 탯줄을 묻은 곳이 대성동123번지라고 하자 이 후배 몇 번을 되묻더니 자신의 탯줄 묻은 곳이 바로 그곳이라며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이후 그 집의 변화과정을 이야기합니다.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자신의 이름이 지금은 남호이지만 원래는 남석이었다 합니다. ㅎㅎㅎㅎ 이 후배 제법 잘 생겼고 말재주 까지..... (2017.11.28)




뜻하지 않은 곳에서 뜻하지 않은 만남은 그 기쁨이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비록 그 장소가 장례식장일지라도요. 어제 저의 고등학교 동창의 모친상 조문 자리에서 동창들과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응락 사장님 부부께서 들어오시는 것입니다. 도대체 줄긋기가 안 돼서 잘못 보았나 생각했습니다만 역시 우리 동창부부와 같은 교회를 다니시는 연이라 합니다. 비록 조문자리였으나 저는 너무 반가워 갑자기 마음이 붕 떴습니다. 연신 술잔을 비워냈습니다. 응락이 성 부부 만세! 세상의 모범이십니다. (2017.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