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고등학교 3학년 때 우리 반(2017.11.12~2017.11.16)

강남석 2017. 11. 27. 16:16


머리에 염색을 하라는 애엄마의 득달같은 성화가 며칠 계속 되었습니다. 결국의 제가 져서 어제 인근 사우나 이발소에서 머리에 붓으로 먹을 발랐습니다. 머리가 검어져 젊게 보여 여러 사람들의 눈길을 끌면 애엄마에게 도움도 안 될 텐 데라고 투덜대면서요. 아무튼 시커먼 머리가 어색하기 짝이 없는데 애엄마는 젊어졌다고 좋아합니다. 슬그머니 밖에서 저를 달리 쳐다보는 아짐들이 있을까 궁금해졌습니다만 그건 저만의 망상이었습니다.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염색머리는 애엄마용입니다.

(2017.11.16)




모처럼 일찍 들어간 집에서 건조대의 빨래를 걷어서 개고 세탁기 속의 빨래를 가져다 널었습니다. 나름 가족을 위해 뭔가를 했다는데 뿌듯해하면서 그분이 오시기를 기다렸습니다. 이윽고 늦은 밤, 일을 마친 애엄마가 들어오자 저는 눈을 감고 가슴을 두근거리며 그분의 칭찬을 기다렸습니다. 아니 그런데 이거 웬일입니까? 칭찬은커녕 날벼락이 떨어졌습니다. 한 번 더 헹궈야 할 빨래라면서 시키지 않은 일을 했다는 것입니다. 좋은 일을 하고 꾸중을 들으면서 그분의 눈치를 살핀 슬픈 밤이었습니다.

(2017.11.15)





정년퇴직 후 고향인 강진이 아닌 나주 산포에 터를 잡으시고 밭일을 즐겨 하시는 아재께서 작년에 이어 대봉 한 상자를 보내주셨습니다. 해마다 목포 아버지께 보내드렸는데 아버지께서 돌아가시자 저에게 대물림을 하신 것입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아재를 아버지의 사촌형제들로 압축했을 때 이제 딱 네 분 계시는데 뵌 지 참 오래 되었습니다. 옛날에는 대소사 때 그래도 가끔을 얼굴을 뵈었는데 요즘은 다들 자기살기에. 오늘을 계기로 아재들께 안부전화라도 드려야겠습니다. 우선 상도동 광산아재부터.(2017.11.14)



나이보다 동안이라는 소리를 들어왔었는데요. 10년 전 현미채식에 두 달여 집착하는 사이에 몸무게와 함께 얼굴 살이 빠져버리더니 주름이 그대로 노출되면서 나이를 한꺼번에 건너 뛰어버렸습니다. 급기야 어제 고등학교 동창을 힘께 데리고 간 모임에서 제가 5년 선배로 보인다는 충격적인 말씀을 들었습니다. 아침 거울을 쳐다보면서 그럴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제 얼굴만 보고 결혼했다는 애엄마에게 안 쫓겨나려면 바짝 신경 써 관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2017.11.13)




고등학교 3학년 때 우리 반 반장이던 최인규군이 우리 가게의 상하좌우로 마구 흔들리는 수도꼭지를 실리콘으로 벽에 부착해서 흔들림을 잡았으며, 삐꺽거리는 의자를 목공용 접착제를 써서 안전하게 앉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자기 집에서 가져온 공구와 재료들입니다. 평소 저는 그냥 흔들리는구나, 삐꺽거리네라고 느꼈지만 저런 것을 수리하면 되는 줄도 몰랐습니다. 이것이 바로 반장과 일반 학생의 차이입니다. 학교에서 반장은 사회에 나와 생활 속에서도 반장입니다. (2017. 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