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들어가면서(2017.11.03~2017.11.07)
집을 나서려는데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애엄마가 밥을 먹고 가라고 합니다. 그냥 가게 가서 먹겠다고 했더니 작은 각시집에 가서 먹을 거냐고 묻습니다. 대답을 잘 해야 합니다. “응! 김밥집 아짐이나 구내식당 아짐이나 돈을 안 받으려고 해서 못 가겠어!” 사실이지만 졸지에 두 아짐이 작은 각시가 된 것입니다. 애엄마가 맞장구를 쳐줍니다. “맞아요, 과도한 친절은 부담스러워요. 가게에서 반찬이랑 잘 챙겨서 먹어요!” 으째 오늘 아침 발걸음이 이렇게 가볍다냐? (2017.11.07)
애엄마가 화분 몇 개로 집안 분위기를 확 바꿔놓았습니다. 평소 크게 관심이 없던 분야인데 웬일인가 싶었더니 요즘 홈쇼핑에서도 화분을 판매하고 친절하게 집에까지 배달해서 진열까지 해놓고 간다 합니다. 시절이 참 좋아졌네요. 그 옛날 주택조합으로 아파트를 마련한 저와 우리 직장의 동료들은 들뜬 마음으로 집안을 단장하겠다고 화원으로 달려가서 행운목, 관음죽, 홍콩야자 등을 담아 왔었는데요. 요즘 이름도 모를 화초들에 많이 다양해졌습니다. (2017.11.06)
세상에서 제일 슬픈 자리의 광주 조문에서 술 몇 잔에 취해 한 밤에 처가를 찾았습니다. 주무시다 빈손에 술까지 취한 사위라는 벼락을 맞은 장인장모님께서 단감도 깎아 주시고 포도도 내밀면서 따뜻한 잠자리를 저에게 양보하셨습니다. 염치 좋은 사위는 아침 식사까지 잘 먹고 나오면서 두 분도 이제 정례적으로 안위를 살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풍성했던 찬들이 이제 두 분 연세 80대, 여러 가지 힘이 드실 터 생계형으로 조촐하게 바뀌어 있었습니다. 그것도 두 분 협업으로.... (2017.11.05)
조리복을 입은 소녀가 우리 건물 한 구석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스무 살도 안 되어 보이는데 영 안쓰러웠습니다. 홍삼음료 한 병을 들고 다가가 무슨 일인지 모르겠으나 이걸 마시고 마음을 풀라고 했습니다. 눈물을 떨구는 와중에서도 미소를 지어보이며 고맙다고 합니다. 일하는 음식점에서 어떤 연유로 꾸중을 들었을 것입니다. 본인의 의도와는 달리 일이 잘못되었거나 아니면 윗분 판단이 그게 아니어서 서러웠을 것입니다. (2017.11.04)
술에 취해 들어가면서 가끔 숙취음료를 사서 마시는데요. 3,500원짜리부터 5500원까지 다양한데 그중 저는 여명808(DAWN)을 선호합니다. 어제도 역시 편의점 매대에서 하나를 꺼내들고 계산대로 갔습니다. 디자인이 바뀌었는지 캔의 색깔이 달랐습니다만 늘 하던 대로 만 원짜리 한 장을 내고 거스름돈 4,500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움직임이 없어 쓱 쳐다보니 만 원이라네요. 숙취음료 1캔이 만원이라! 너무한다 싶었습니다. 취객의 흐트러짐을 노린 제품인가? (2017.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