츼중에 걸려온 전화의 내용을(2017.10.18~2017.10.22)
밤12시에 잠자리에 들어 아침 여섯시까지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고 숙면을 취했습니다. 아주 상쾌합니다. 어제 밤 적당히 취하게 마신 술 덕분입니다. 이래서 술은 저에게 반드시 해롭지만은 않습니다. 스물세 살까지 48kg에 머물던 몸무게를 지금의 70kg까지 끌어올려 주면서 온갖 잔병을 앗아갔으며, 돼지고기 등 못 먹던 음식도 안주라는 이름을 빌어 마구 섭취하게 해주었으며, 또한 묘한 용기를 불어넣어 망설이던 여러 이야기도 거침없이 쏟아내게 합니다. 술 만세! 주님, 영원하세요! (2017.10.22)
이제 늙어 가는구나 생각되는 일들이 요즘 늘고 있습니다. 물이 흐르는 소리를 들으면 몸이 바로 반응을 하여 화장실을 찾아야 하고, 복잡한 전철 속에서 경로석에 자리가 생기면 앉아도 되겠는지 주변을 살피게 되고, 새벽 세시에 눈이 떠지면 더 잘 수가 없어 그냥 일어나고요. 이래서 속옷이 필요하구나라고 느끼는 경우에다 머리에 염색을 하라는 식구들의 성화를 듣는 일까지. 흐르는 것은 세월이고 그걸 막아낼 수 없으니 겸허하게 그리고 감사히 받아들여야지요! (2017.10.21)
집에 들어섰는데 현관의 잠시 켜졌다가 커지는 등을 제외하고는 아무 등에도 불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거실도 주방도 안방도 마찬가지입니다. 평소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던 일이 벌어지면 갑자기 몸이 공포를 느낍니다. 더구나 어둡기까지 해서 더욱 더요. 이럴 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딱 하나입니다. 애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조치방법을 묻는 것입니다. 현관 액자 뒤의 스위치를 눌러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액자를 내리는 일이 문제가 됩니다. 무거울 텐데요. ㅋㅋㅋ이런 스티로폼에 그림이 (2017.10.20)
70년대라면 "때려잡자 김일성, 쳐부수자 공산당, 무찌르자 북괴군, 이룩하자 유신과업" 이라는 구호가 난무했을 도시의 담벼락에서 뜻밖의 사람들을 만납니다. 구스타프 클림프에서 피카소를 넘어 우리나라의 천경자, 오지호 화백과 더불어 이중섭 등입니다. 발을 멈추고 일일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갑자기 도시의 품격이 확 높아졌습니다. 어느 분의 발상인지 모르겠으나 저절로 예향목포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지금의 저 예술가들이 몇 달 뒤면 다른 분들로 바뀌어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2017.10.19)
취중에 걸려온 전화 내용을 기억하지 못해 곤혹스러운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거기다 취중에 의기양양하게 약속을 정하고는 다음 날 그게 그런 것이 아니었는데 후회하면서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또 다른 희생이 따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취중에 있는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도 모르고 큰 소리로 떠들고 혼자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의 술이 가져다준 영혼의 망가짐인데요. 적정량을 알았습니다. 폭탄주 한 잔에 소주 한 병까지는 이런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세면서 먹을 수는 없으니 (2017.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