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서초동 곳곳에서는(2017.09.10~2017.09.13)
월요일 목에만 머물던 감기에 술만큼은 조심하라는 여러 충고에도 불구하고 약속된 모임에 나갔습니다. 첫 잔! 조금은 망설였지만 이내 목을 타고 내려가는데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으며 몸과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둘째 잔부터는 거리낌 없이 잘도 들어갑니다. 호시탐탐 노리던 감기가 이때를 놓칠 리가 없습니다. 전에는 술이 깨면서 감기도 같이 달아났는데 이번에는 자존심이 상했는지 몸 전역에 진을 치고 있었습니다. 어제 하루 감기와 치열한 전투! 다시 우면산행을 시작으로 오늘 정상일정을 시작합니다.
(2017.09.13)
출근 길 컨디션이 별로여서 경로석에 덥석 앉아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전철이 노량진역을 지나자 잠시 눈을 떴는데 건너편에 예쁜 아짐이 눈을 감고 서 있습니다. 눈에 익은 얼굴인데 누군가 얼른 떠오르지 않아 다시 눈을 감았습니다. 전광석화같이 아짐들 얼굴이 지나가다 한 아짐에 멎습니다. 역시 아는 분입니다. 인사를 하려고 눈을 뜨니 아짐 역시 눈을 뜨고 환하게 웃는 얼굴로 저를 보고 있었습니다. 동시에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자연스럽게 합석을 합니다. 회사 이사로 서초동을 떠난 옛 고객입니다.
(2017.09.12)
저는 감기가 밤에 잠들고 있을 때만 침투하는 줄 알았습니다. 실제로도 매번 그랬고요. 그러다 어제 백주 대낮에 의표를 찔렸습니다. 모처럼 운동이 있어 친구가 운전하는 승용차의 조수석에 앉았는데 에어컨의 냉 공기를 평소와 다르게 제 몸이 감지하더니 때마침 충주지역을 감도는 안개가 들어가고 나갈 때마다 다시 제 몸을 종잡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급기야 그늘집에서 마신 막걸리 두 잔에 그대로 걸려들었습니다. 목이 아파오더니 운동을 마칠 즈음에는 침도 못 삼키겠습니다. 당분간 근신해야지요. 아침운동부터 건너뜁니다. (2017.09.11)
지금 서초동 곳곳에는 익은 마로니에 열매가 떨어져 길거리에 굴러다닙니다. 어렸을 때 저의 나무 분류법은 간단했습니다. 먹는 열매가 열리는 나무는 좋은 나무, 아무 것도 안 열리는 나쁜 나무였습니다. 당연히 감나무나 살구나무 등이 좋은 나무입니다. 이 기준으로 보았을 때 마로니에는 고약한 나무임에 틀림없습니다. 꼭 밤처럼 생겨 밤보다 더 곱고 겉도 매끄러우면서도 먹지 못하는 열매로 우리들을 현혹하니까요.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에서는 칠엽수라는 촌스러운 이름을 얻었습니다. (2017.09.10)